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래도 평소에는 마누라에게 이끌려 교회에 가곤 했다. 오늘은 아내가 가지 못했다. 그런데 딸래미는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딸아이만 보내고, 나는 근처 메가커피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오르카와 AI Cursor로 포스팅과 영상편집 콘텐츠 기획을 한다.

1. 평소와 다른 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의 동선은 원래 아내가 중심이었다. 나는 믿음의 문제로 가기보다, 가족이 가는 길에 같이 서는 쪽에 가까웠다. 억지로 끌고 가는 기분일 때도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아이 옷 챙기고 손 잡고 걷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오늘은 그 중심이 비었다. 아내가 못 가는 날에도 딸아이는 평소처럼 준비하고 싶어 했다. 원피스에 모자까지 챙긴 모습이 유난히 또렷했다. 부모의 일정과 아이의 마음이 어긋날 때, 어른은 쉽게 “오늘은 쉬자”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아이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 말은 생각보다 무겁다.
2. 가고 싶다는 딸, 데려다주는 길
딸아이만 보내기로 했다. 내가 예배에 끝까지 앉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데려다주고, 아이들이 모이는 공간에 안전하게 넘기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오면 됐다. 신앙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부모의 일은 꽤 많다.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뒤에서 보면 모자와 원피스 자락, 분홍 신발만 보인다. 아이는 앞을 보고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교회에 가는 길이라기보다, 자기가 정한 약속 장소에 가는 얼굴이었다.
문 앞에서 짧게 인사하고 보냈다. 들어가자마자 달라지는 공기, 다른 아이들 목소리, 신발 벗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안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예배에 앉는 날이 아니라, 아이를 맡기고 밖에서 시간을 만드는 날이었다.
3. 보내고 난 자리, 근처 메가커피
교회 근처로 걸음을 옮겼다.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끝나는 시간에 바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면 충분했다. 눈에 들어온 곳이 메가커피였다.
주말 오전의 매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창밖은 밝고, 테이블에는 브랜드 로고가 크게 찍혀 있었다. 가방을 옆에 내려놓고 자리를 잡으니, 아이를 보낸 직후의 공백이 조금 가라앉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빈 시간이 아니라, 잠시 혼자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4.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폰으로 하는 일

메뉴는 복잡하게 고르지 않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됐다. 일요일 오전 11시쯤, 얼음이 가득 담긴 큰 컵이 테이블에 놓였다. 컵 옆면에는 메가커피 글자가 보이고, 결로가 맺히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펼치기보다 폰으로 일을 봤다. 오늘은 오르카와 AI Cursor를 열어 포스팅 원고와 영상편집 콘텐츠 기획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대기 시간에 끝낼 수 있는 구성안, 컷 순서, 다음에 찍을 장면 메모처럼 끊을 수 있는 일부터 손을 댔다.

홈 화면에서 바로 보이는 앱이 오늘의 도구다. 파란 동그라미로 표시한 Orca는 폰에서 에이전트·워크트리 작업을 이어가는 입구고, 옆의 Tailscale은 밖에 나와 있어도 작업용 PC·네트워크에 붙기 위한 통로다. 카페 Wi-Fi만으로 끝내지 않고, 필요할 때 집이나 작업 환경에 안전하게 연결한 뒤 Cursor 쪽 포스팅·영상 기획을 이어간다.
완벽한 업무 루틴은 아니다. 다만 아이를 맡겨 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초조하게만 있기”보다, 손에 할 일이 있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카페에서 일하려면 인터넷과 조용한 좌석 정도만 있으면 된다. 오늘은 그 조건이 맞았다. 커피 한 잔이 끝나면 다시 교회로 돌아가면 된다. 그 단순한 왕복이 오늘의 뼈대다.
5. 일하는 중 화장실에서 본 것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갔다. 남자 화장실 키가 독특했다. 다른 곳 화장실은 보통 비밀번호를 벽에 적어 두거나 메모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여기는 비밀번호 키도 가능해 보이는데, 굳이 그렇게 두지 않고 눈에 띄는 보안키 택으로만 여는 방식이었다. 그 선택이 신기했다.

남자 화장실 안, 대변기 앞에는 청소도구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변기솔, 양동이, 대걸레, 빗자루처럼 쓰는 도구들이 칸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어수선하다기보다, 건물 청소를 자주 돌릴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짧은 휴식에도 공간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눈에 들어왔다.

6. 기다리는 시간에 남는 것
돌아보면 오늘의 선택은 거창하지 않다. 아내는 못 가고, 딸은 가고 싶고, 나는 신앙인이 아니지만 데려다줬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르카와 Cursor로 콘텐츠를 기획하며 기다린다.
이런 일요일은 자주 말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도 남겨 두면 다음에 비슷한 날이 왔을 때 참고가 된다.
- 부모의 믿음과 아이의 일정이 달라도,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기”는 할 수 있다.
- 기다리는 자리는 너무 멀지 않은 동네 카페가 실용적이다.
- 짧은 대기 시간에는 큰 업무보다 포스팅·영상 기획처럼 폰으로 끊을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하기 좋다.
- Orca로 작업을 이어가고, Tailscale로 작업 PC에 붙는 조합이면 카페에서도 기획이 끊기지 않는다.
- 다른 화장실은 비밀번호를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보안키 택으로만 여는 방식이 독특했다.
- 아이 옷차림이나 표정처럼, 가는 길의 장면을 한두 장만 남겨 두면 하루가 기억에 남는다.
딸아이가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나중에 들을 일이다. 나는 그 시간 동안 커피를 식히지 않고, 오르카와 Cursor 화면을 넘기며, 데리러 갈 시각만 챙기면 된다. 기독교인이 아닌 아빠의 일요일이, 꼭 빈자리로만 남을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