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일요일처럼 오늘도 딸아이를 교회에 데려다주고, 나는 근처 메가커피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똑같은 동선인데 아침 분위기는 달랐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딸래미가 짜증을 냈고, 날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만큼 더웠다.

아이의 짜증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지만, 같이 목소리를 높이면 외출은 더 힘들어진다. 결국 먼저 참아야 하는 쪽은 부모다. 오늘은 그 단순한 사실을 집 안에서 한 번, 카페에서 또 한 번 확인한 날이었다.
1. 집을 나서기 전부터 꼬인 기분
외출 준비는 어른에게도 번거롭지만 아이에게는 더 큰 일일 수 있다. 옷을 입고, 챙길 것을 들고,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 딸아이는 작은 일에도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나도 덥고 마음이 급했다. “왜 또 그래”라는 말이 바로 나올 것 같았지만 일단 삼켰다. 아이가 진정할 시간을 조금 주고, 해야 할 말만 짧게 했다. 부모가 참는다는 건 무조건 받아 주는 일이 아니라, 감정부터 키우지 않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일에 가까웠다.
2. 더운 길을 지나 교회까지
집을 나서기 전에도,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준비를 마치면 교회로 가는 길이다.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면 한 고비를 넘긴 기분이 든다.
밖으로 나서자 더위가 바로 달라붙었다. 가까운 길도 길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아이가 안으로 들어간 뒤 나는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는 근처 메가커피로 향했다.
3. 2,000원 커피 한 잔이 빠졌다
오전 11시 8분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가격은 2,000원이었다. 더운 날에는 복잡한 메뉴보다 차가운 커피 한 잔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내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주문이 몰렸나 보다 하고 기다렸다. 나보다 뒤에 주문한 음료들이 하나둘 나왔는데도 내 커피만 없었다. 한참 지나 확인해 보니 내 주문이 빠진 듯했고, 결국 약 1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4. 기다리는 동안 화를 키우지 않는 법

아침부터 아이의 짜증을 받아 주고 더운 길을 걸은 뒤라, 커피까지 늦어지니 속에서 짜증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매장에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빠진 시간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주문표를 보여 주고 아직 받지 못했다고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누락은 아쉬웠지만 실수는 생길 수 있다. 필요한 설명을 하고 다시 기다리는 편이 내 기분을 지키는 데도 나았다.
5. 늦게 받은 커피와 오늘의 글

드디어 투명한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았다. 얼음이 떠 있는 커피를 테이블에 놓으니 그제야 오늘의 동선이 잠시 멈췄다. 특별한 커피는 아니지만 기다린 시간이 붙으니 평소보다 반가웠다.
자리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글로 옮겼다. 집을 나서기 전 딸아이의 짜증, 더운 길, 빠진 주문, 추가로 기다린 10분이 차례로 정리됐다. 지나가는 순간에는 모두 성가셨는데 문장으로 적고 나니 내가 어디에서 힘들었는지가 보였다.
6. 아침 여유 자리의 소확행

일요일 오전의 메가커피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왼쪽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팔을 걸치고 몸을 조금 펼 수 있었다. 대단한 호사는 아니다. 다만 더운 길을 걷고 주문까지 빠진 아침에는,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는 어깨를 움츠리게 된다. 오늘은 손을 의자 쪽에 얹어 두고도 눈치 볼 일이 적었다. 커피 한 잔과 빈 옆자리, 그 정도면 아침의 소확행으로 충분했다.
7. 부모가 먼저 참아야 하는 순간
아이를 키우면서 참아야 할 때가 많다. 다만 계속 눌러 두라는 뜻은 아니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바로 맞받아치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진정할 시간을 주고, 해야 할 행동은 짧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카페의 주문 누락도 비슷했다. 불편한 상황을 없던 일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화를 더 얹지 않고 필요한 말을 하면 된다. 오늘은 딸아이도 나도 완벽하게 기분 좋은 아침은 아니었다. 그래도 교회에 잘 도착했고, 나는 커피를 받았고, 기다리는 동안의 마음까지 글로 남겼다.